[파킨슨을 마주하다] 4편 — 파킨슨병 환자 마음의 병, 우울증과 불안 이야기
며칠 전 외래에서
파킨슨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.
그분이 눈시울을 붉히며
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씀하셨다.
“간호사님…
몸이 느려진 것도 힘들지만
요즘은 마음이 자꾸 무너져요.
아무것도 하기 싫고,
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에요.”
솔직히 파킨슨병 하면
많은 사람들이 손 떨림, 몸이 굳는다 같은
운동 증상만 떠올린다.
하지만 내가 매일 병원에서 마주하는 환자분들은
마음의 병 때문에 더 힘들어했다.
✅ 파킨슨병과 우울증·불안
파킨슨병 환자 3명 중 1명은
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.
- 기운이 없고 의욕이 사라진다.
- 내가 쓸모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.
-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.
- 눈물이 자주 난다.
- 잠이 잘 오지 않는다.
이러한 기분이 잠깐이 아닌 지속되는 경우
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.
✅ HADS 검사 이야기
신경과 진료 중 파킨슨 환자분들에게
종종 HADS (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, 병원우울·불안척도)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.
“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은가요?”
“괜히 불안하거나 조마조마한 적이 있나요?”
“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은 적 있나요?”
이런 질문들을 드리면
환자분들은 천천히 답하시다가
문득 눈물이 고이는 경우가 많았다.
✅ 환자들의 현실 이야기
내가 만난 어떤 환자분은
“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
외출도 무섭다.” 라고 하셨다.
또 어떤 분은
“옛날에는 웃음도 많고
활달했는데,
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.”
라고 고백하셨다.
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
나에게 이렇게 물으신다.
“간호사님, 왜 하필 나한테 이런 병이 온 걸까요?
나는 그런 사람도 아닌데…
너무 비참해요.
차라리 암이면 낫지,
이런 병은 너무 괴로워요.”
이렇게 말씀하시며
참지 못하고 우시는 환자분들이 정말 많았다.
그렇게 말씀하시면 바쁜 와중에도 그 분들의
진심이 전해져
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...
✅ 왜 우울·불안이 생기나요?
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뿐 아니라
세로토닌, 노르에피네프린 같은
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 함께 줄어든다.
- 몸이 느려져 생활이 불편해지면서 마음까지 무거워지기도 한다.
- 약 부작용 때문에 기분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.
✅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
나는 연구간호사로 일하면서
이런 이야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다.
그럴 때마다 환자분들께
이렇게 말씀드리곤 한다.
“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.
이 병은 뇌에서 기분을 만드는 물질도 줄어들어서
마음이 같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요.
힘들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.
이렇게 이야기해 주셔서
선생님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
저도 느낄 수 있어요.
우울과 불안은 관리할 수 있는 병이에요.
지금처럼 조금씩만 이야기해 주세요.
저도 선생님 옆에 있겠습니다.”
사람들은
“간호사님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어요.”
라고 하시지만,
나는 말로 그들을 진심으로 안아주는
것만으로도
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.
✅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?
✔️ 말로 표현하기
- 가족에게 마음을 솔직히 말하기
- 주치의, 간호사에게도 이야기하기
✔️ 규칙적인 생활
-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
- 가벼운 산책, 운동하기
✔️ 약물 치료도 가능
- 필요하다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복용 가능. (주치의 상담하에)
- 무조건 “마음먹기에 달렸다”로 넘기지 않기
✔️ 상담 치료
-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도 큰 도움이 된다.
- 상담을 받으면 약물 조절도 훨씬 수월해진다.
✅ 간호사로서 현실적인 이야기
나는 연구간호사로서
파킨슨병 환자분들이
“몸 때문에 힘들다”보다
“마음 때문에 힘들다”라고 말하는 걸
더 자주 듣는다.
“나는 이제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.”
라는 환자분들의 말이
늘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.
하지만 나는 꼭 전하고 싶다.
“파킨슨병은 몸만 힘든 병이 아니에요.
마음도 함께 힘들 수 있어요.
하지만 이 병은
마음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이에요.
선생님이 오늘 이야기해 주신 용기가
이미 치료의 시작이에요.
혼자 계시지 마세요.
저는 선생님들 곁에 있을 겁니다.”
✅ 마무리
혹시 주변에 파킨슨병으로
마음이 무너져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
“나이 들어서 그렇다”라고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.
우울과 불안도 관리할 수 있다.
다음 글에서는 파킨슨병과 자율신경계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.
[파킨슨을 마주하다] 5편 — 파킨슨병 환자의 숨겨진 고통, 자율신경계 증상 이야기 - https://click-jye.tistory.com/m/12
[파킨슨을 마주하다] 5편 — 파킨슨병 환자의 숨겨진 고통, 자율신경계 증상 이야기
며칠 전 외래에서파킨슨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.그분이 작게 한숨을 쉬며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씀하셨다.“간호사님…몸이 느린 것도 힘든데사실 요즘은 화장실 가는 게 제일 두려워
click-jye.tistory.com
👉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,
공감 💗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.
혹시 더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길!
💡 이 글은 연구간호사로서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용 글입니다.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으며,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