📘[파킨슨을 마주하다] 2편 — 파킨슨병 환자가 갑자기 멈췄다면? 이렇게 도와주세요.
“파킨슨병 동결증상, 진료실 앞 그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”
몇년 전, 동네 이비인후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한 장면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.
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던 중, 연세 지긋하신 한 할머니 차례가 되었다.
간호사 선생님이 이름을 불렀는데, 할머니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계셨다.
간호사분들이 여러 번 부르며 다가가도, 할머니는 미동도 없으셨다.
오히려 부축하려는 손길에 더 불안해보였고, 결국 약간 강제로 끌리듯 진료실로 들어가셨다.
그 모습을 보며 ‘아, 이게 바로 파킨슨병의 동결 증상(Festination 또는 Freezing of gait)이구나’ 싶었다.
나는 지금 파킨슨병 국책과제에서 다양한 검사들을 진행하며 환자들을 매일 만나고 있기에 더 마음이 아렸다.
🧠 파킨슨병 동결 증상(Freezing of Gait)이란?
“발은 붙잡힌 듯 멈춰 있는데, 마음은 이미 앞으로 나아간 상황”
• 주로 걷다가 갑자기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.
• 파킨슨병 환자의 30~60%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, 넘어질 위험도 높다.
• 특히 좁은 공간, 복도 끝, 턱, 문 앞, 혹은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.
💡 왜 이런 증상이 생길까요?
동결 증상은 뇌의 운동 조절 회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.
파킨슨병 환자에게는 도파민이 부족해지고,
그로 인해 ‘동작 시작’이나 ‘리듬 유지’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.
📌 스트레스, 긴장, 피로, 낯선 공간 등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!
🧪 나는 이런 환자들을 이렇게 만난다
현재 내가 책임 연구간호사로 참여 중인 국책과제는
다기관 협력 하에 **국내 파킨슨병 환자들의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관리 전략을 수립**하는 연구이다.
따라서 현재 수많은 파킨슨환자들의 다양한 증상들과 마주하고 있다.
내가 담당한 환자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평가도구들을 활용하고 있다(동결증상관련) :
• FOG-Q (Freezing of Gait Questionnaire):
동결증상(Freezing)에 대한 세부 문항으로, 환자들의 실제 경험과 강도를 수치로 표현
🧭 우리가 이 증상을 마주했을 때
그날의 간호사분들처럼 이 증상을 잘 모른 채 행동한다면, 오히려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.
하지만 이 증상을 미리 안다면, 대처법은 의외로 간단하다:
1. 조급하게 부르지 말고
2. 환자와 눈을 맞추며 “괜찮아요, 한 걸음씩 해보실게요” 하고
3. 발을 리듬 있게 유도하거나, “1, 2, 1, 2” 말하며 리듬을 주면 혹은 환자 발 앞에 가상의 선을 그려주면(내 발로)
4. 증상이 잠시 풀리고 천천히 다시 걷게 되는 경우도 많다.
🧩 그래서 오늘, 이 글을 쓴다
사실 많은 분들이 파킨슨병을 ‘손 떨림’ 정도로만 알고 있다.
하지만 그보다 더 무섭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동결(Fog) 증상이다.
혹시 주변에서,
아니면 일상 속에서
한 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춤하는 누군가를 본 적 있나요?
그때 누군가 따뜻하게 “천천히, 한 걸음씩”이라고 말해준다면
그 사람은 단순한 보호자나 간호사가 아닌, 그분의 ‘안전한 세상’이 될 수 있다.
📌 다음 글에서는 “FOG-Q 설문 문항 해설과 실제 환자 반응”에 대해 써보려 해요.
👉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, 공감💗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.
👉 연구간호사의 눈으로 풀어내는 리얼한 파킨슨 이야기, 앞으로 시리즈로 만나보세요!
💡 이 글은 연구간호사로서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용 글입니다.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으며,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.